2024.log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말이 요즘은 더 와닿는다. 2024년은 어떻게 보냈는지 정리해 보려고 한다.
올해는 상상만 하던 것들을 다양하고 길게 실행하는 한해였다. 운동을 꾸준히하고, 밴드 공연을 하고 미디를 배워서 음악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그러다 바이크에 빠져 두발 라이프를 즐기기도 했다.
2024년 - 큰 목표 없음
이전 2023년은 일하는 것 차체와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푸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해가 바뀌면서 큰 목표 없이 건강해지는 것, 자신에게 필요한 시간을 더 쏟는 것 집중하고자 했다. 일에서 얻는 배움은 분명했지만, 온전히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보다 남는 것은 적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운동, 책 읽기, 여행, 기록하기에 집중하고 싶었고 그렇게 24년이 시작되었다.
4년만에
취업준비를 시작하면서 평생 친구라고도 할 수 있는 기타를 잠시 접었다. 나의 인생에 있어 아주 큰 부분이 음악이었고, 기타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취업준비에 몰두했고 첫직장에서 23년 여름, 약 4년간 내 일의 전문가가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개발 뿐만 아닌 사람이나 인생의 방향 많은 것들을 얻어오며 다시금 내가 온전히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고 다시 기타를 잡게되었다.
작년 친구와 술한잔하며 다시 밴드를 해보자는 이야기 있었고 술자리 내내 이야기하며 심장이 두근댔다. 가끔 만나면 밴드를 하자고 묻곤 했는데 다시 용기를 가지고 '한팀'이 되었다. 용기를 가질 일이 었다는 것이 취업을 준비중, 신입으로 일하던 시간 동안 나에겐 개발 이외에 모든 일엔 용기가 필요했다. 그 덕에 새로운 취미이자 특기로서 개발을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전엔 시도 때도 없이 들고 다니던 기타 대신 가방에 노트북을 들고 다닌다. 키보드가 손에서 오래 잡히지 않으면 불안(?)하다.
그렇게 각 파트의 인원들을 모으고 약 일년 간 한달에 세네번 날이 좋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무거운 장비를 옮겨가며 합주를 했다. 대학시절에 푹 빠져있었고 행복한 일로서 '어쩌면 내 직업이 될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였지만 활활 타오르던 불꽃은 약간 작은 불꽃이 되었나보다. 합주를 하며 희열을 느끼기도, 다시 무대에 서는 꿈도 꾸기도 시작했다. 그러나 각자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연습하기 어렵거나 개인 연습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아쉬운 일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귀도 생각도 달라져 그 시절 그 마음만큼 하나가 되기 힘들었다. 일년의 결실은 3월 말 홍대의 클럽 공연을 통해 마무리되었다. 처음으로 보컬과 기타를 함께 연주하는 공연에 많이 힘이 들기도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한시간 동안 내 목소리를 관객에게 들려주는 순간들이었다. 그때 나름 팀의 리더로서 '즐기자!'라고 외쳤는데 사실은 내가 가장 긴장해서 스스로에게 한 말이 아닌가 싶다. 공연을 통해 음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과 역할에서 각각 얼마나 집중해서 해낼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도 있었다.
기록의 중요성
음악은 시간 예술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며, 기록하지 않은 연주는 말과 같이 공기중에 떠다니다 사라질 뿐이다. 오랫동안 밴드를하고 연주를 하면서 그 부분이 참 아쉬웠고 언젠간 녹음을 하고 앨범을 내보리라 마음먹어왔다. 그러나 우연히 인스타그램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레슨을 한다는 홍보를 보고 연락을 했고, 올해 초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레슨을 통해 미디 작업을 하는 방법부터 작곡, 음악은 어떻게 들어야하고 어떻게 만들어져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궁금증을 풀어왔다. 나에게 또 다른 세계가 열렸다고 말하고 다닐만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개발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 혹은 기술적으로 정리하는 내용을 글로 남기지 않아 나의 작년은 일만 했던 기억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시 개인 블로그에 글을 통해 나의 경험과 생각, 개발 이야기를 남기려고 했고 블로그를 정리 중에 글또 10기를 알게되어 참여하게 되었다. 벌써 전체 일정의 절반 정도가 지났다고 하는데 2주에 한번씩 글을 쓰면서 글쓰기에 다시 익숙해 지고 있는 것 같다. 글쓰기 자체는 나에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은 남에게 보여질 수 있어 요점과 의도를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본 누군가는 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글쓰기를 하며 좋아진게 있다면 쓰기 위해서 많이 읽으려고 노력해서 어느정도 습관화 되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 중 나에게 맞는 공부 법과 읽기 법은 무엇인가 찾아보고 적용해보기도 했다. 소설은 인물을 정리하며 읽고, 기술은 키워드를 뽑고 마인드맵을 그려가며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결론을 내었다.
첫 차
첫 차를 샀다. 바퀴 네개의 자동차가 아닌 두 발의 오토바이지만 기쁜 마음에 첫 차를 샀다고 주변에 자랑도하고 다녔다. 오토바이를 타게된 계기는 초여름 좋은 날씨에 카페를 가던중 차가 있으면 더 멀리 또 다른 공간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과 미디 선생님의 오토바이 이야기였다. 그렇게 바이커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125cc 엔진의 수동 바이크는 올라타는 순간 설렘과 충격이었다. 공도에 나가자 떨리는 마음과 함께 자신감이 꺾이고, 핸들은 똑바로 돌리기 어려웠다. 오토바이 운전이 쉬워보였지만 직접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엔진의 고동감 느끼고, 엔진 소리를 들으며 출발하고 멈춰서는 모든 순간을 느껴갔다. 새로운 낭만을 찾아내기도 했고 차랑 다르게 길을 지나며 주변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차 안에 있으면 밖과는 단절된 느낌이지만 오토바이 위에서 바라보는 도로는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보였다. 그래서 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요즘은 매일 영하에 너무 추운 날씨 때문에 뚜벅이 생활을 하고 있다.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낀 후 안전하게 바이크에서 내릴때의 그 안도감은 나에게 더 큰일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주기도 했다. 꽤 괜찮은 취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여 내년엔 2종 소형 면허를 도전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기변도...
5년 차 개발자
올초 팀장님과 1on1 미팅을 통해 5년 차 개발자의 역할에 대해서 스스로 정의해보고 시도하고 피드백 받았다. 당연히 해내야하는 역할은 '맡은 프로젝트를 일정 내에 문제 없이 해결하는 것'이었다. 당연한 것인데 가장 부담이 되는 항목이었다. 나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 신뢰를 유지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실망하는 결과가 생길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다 해냈다.
어떤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되면 일정 산정을 (정확할 수는 없지만) 좀더 정확하게 지킬 수 있도록 리뷰 전 기획서를 꼼꼼히 확인하여 필요한 요건들을 검토-검증 하는 과정을 하고 팀과는 기술과 아키텍처를 충분한 시간동안 함께 논의했다. '그래서 잘했는가?'라고 물으신다면 '조금은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나 자신 그리고 팀원 모두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 일정을 무리하게 잡거나 큰 프로젝트 여러 개를 동시에 진행한다거 하는... '나는 지치지 않아'라는 말도 안되는 자신감으로 스스로 지치게 하는 실수를 하게 된 사건들이 만들었다. 주말 통째로 추가 근무를 하거나 몇 일 밤을 새워가며 작업하는 일이 최근 몇 번 있으면서 겸손함에 대해서 다시 배웠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6년차 개발자가 해야하는 일에도 자연스럽게 끼워넣으려고 한다. 아무튼 성장중이다.